도심 속 매콤새콤, 아찔한 그 맛

오장동 냉면골목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‘오장동 냉면’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있을 것. 전국 곳곳에서 이 오장동 냉면이라는 말이 들어간 간판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. 오장동 냉면의 원조 고장은 서울 중구의 오장동에 위치한 길목이다. 서울특별시 중구청과 오장동 사거리의 사이에 자리 잡은 오장동 냉면골목에서는 사철 매콤새콤한 냉면을 맛볼 수 있는데, 그 맛이 어찌나 뛰어난 것이었던지 입소문이 널리 퍼져 ‘오장동 냉면’이라는 말이 마치 고유명사처럼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.

실제로 오장동 냉면골목을 찾아가 보면 이 골목이 더욱 특별함을 알 수 있는데, 옹기종기 모여있는 음식점들의 모습 대신 굵직한 음식점 몇 곳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. 음식점들로 가득한 분위기를 상상했다면 다소 썰렁한 이 모습이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, 이 점이 바로 오장동 냉면골목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. 여타 ‘별미 골목’이라는 곳에 저마다 원조의 간판을 달고 있는 음식점들이 십 수 곳이나 위치해 있는 것과 비교하여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빠를 수 있겠다. 
 

오장동 냉면골목은 '오장동 냉면골목'이라는 이름으로도, 그리고 저마다의 명성으로도 유명한 세 음식점, 오장동 흥남집과 오장동 함흥냉면, 그리고 신창면옥의 세 곳을 모아 부르는 말이다.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컬어지는 음식점 또한 이 세 음식점이다. 세 음식점 중 어느 집을 찾아도 최고의 냉면 맛을 볼 수 있으니, 오장동 냉면골목은 식사 시간대이건 일과 중이건, 주말이건 주중이건 항시 냉면 맛을 보러 온 냉면 마니아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. 

 

속까지 시원하네, 톡 쏘는 함흥냉면

우리나라 냉면계(?)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면 그 대표주자로는 단연 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을 들 수 있을 것. 두 냉면 모두 매력 넘치는 맛을 가지고 있기는 매한가지이나, 오장동 냉면골목의 주력 메뉴은 함흥냉면이다. 평양냉면에 비교해 보았을 때의 함흥냉면이 가진 매력은 역시 얇고도 탄력 넘치는 면발과 매콤새콤, 진한 맛이라 할 수 있겠다.(오장동에서 맛볼 수 있는 함흥냉면은 오장동만의 특별한 소스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함흥냉면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는 사실도 알아 두면 좋을 것이다!)

한우를 고아 낸 육수와 엄선된 재료는 오장동 함흥냉면의 맛을 나날이 유명하게 만들었는데, 비빔냉면과 물냉면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왕 오장동 냉면골목을 찾을 것이라면 동행인을 둘 것. 비빔냉면과 물냉면 모두를 나누어 맛본다면 오장동 냉면골목에서 맛보는 냉면의 매력을 한층 더 깊숙이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. 특히 무더운 여름철, 뜨거운 육수로 속을 푼 뒤 시작되는 ‘냉면 먹방’은 트래블피플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냉면의 기억을 안겨 주고야 말 것.

1953년에 시작된 오장동 냉면골목의 역사는 이제 70주년을 향해 달리게 되었지만, 세 음식점의 명성은 대를 건너서까지 이어지고 있고, 이 오장동 냉면골목의 세 음식점에 도전하는 새로운 음식점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으니, 앞으로 더욱 발전할 오장동 냉면골목의 냉면 맛을 기대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.